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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굶어죽는 '하늘 제왕'… 독수리 수난시대

3일간 37마리 떼죽음… 당국 부검 나서

"연평도 포격·AI 등으로 먹이 줄어든 까닭"

'하늘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늠름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창공을 가르던 날개는 축 처지고, 머리는 힘없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미 뻣뻣하게 굳어 버린 녀석들도 한 두 마리가 아니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한 회원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또 한 마리를 먼저 간 독수리 옆에 눕혀 놓았다. 16일 오후 문화재청이 지정한 경기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 '다친 새들의 쉼터' 내의 모습이다.

매년 먹이를 찾아 날아왔던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들의 올해 겨울 한반도행은 '마지막 비행(飛行)'이 됐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경기 파주시지회에 따르면 14일부터 3일간 폐사한 독수리는 모두 37마리. 조류보호협회가 적성면 적암리의 밭에서 발견한 독수리 50여 마리 중 대부분이 숨을 거뒀다. 10마리 정도는 기운을 회복했지만 아직 6, 7마리는 사경을 헤매고 있어 폐사 독수리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독수리가 위험하다는 소식에 달려온 수의사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 독수리들은 매년 10월께 몽골에서 추위를 피해 먹이를 찾아 한반도 중부 민통선 쪽으로 몰려 온다. 이 독수리들은 사냥을 하는 종류는 아니고, 주로 동물의 사체를 먹는다. 조류협회는 월동 독수리 숫자를 2,000여 마리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 중 1,000여 마리는 파주시 장단면 임진강변의 장단반도 일대에 머물다 이듬해 봄 돌아간다. 그 동안 임진강변에서 독수리 1, 2마리가 죽기는 했지만 올해 같은 떼죽음은 흔치 않았다. 1997년 독수리 29마리가 독극물을 먹고 집단 폐사한 적이 있고, 2004년 12월 18마리가 고압선에 감전사 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 독수리들이 떼죽음을 당한 원인은 무엇일까. 파주시와 조류협회는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서울대 수의학과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가 나와야 탈진이나 아사, 독극물 중독 등 정확한 원인이 나오겠지만 일단 먹이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정부와 민간ㆍ단체들은 연평도 포격으로 민통선 일대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데다, AI 확산을 막기 위해 최근 철새 먹이주기를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혹한으로 야생 먹이가 감소하는 등 독수리 먹잇감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갑수 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은 "매년 소나 돼지고기를 독수리들이 찾는 곳에 뿌려줬지만 올해는 남북관계가 경색돼 그 양이 예년의 10분의 1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강원 철원군의 민가나 축사, 도로 일대에서까지 수십마리씩 떼를 진 독수리들이 출몰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한 지회장은 "의심이 가는 점이 있지만 정확한 것은 부검 결과를 봐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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