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견 수용과 워킹맘 배려한 주말회의 등 권장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서울시내 A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인 학부모 B씨는 지난 4월 1인당 150만원씩 걷겠다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의 통지를 받았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교정에 세울 교훈석과 새 학기 교사 상견례 때 출장뷔페 비용을 위원들이 나눠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C씨는 4년 넘게 학교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학교사업과 관련한 계약서나 영수증을 지금껏 단 한 장도 본 적이 없다. 그저 학교장이 제안한 안건을 박수 치고 동의해준 기억뿐이다.
1996년부터 법적 기구로 전체 학교에 설치된 학운위가 `교장의 거수기'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해방 직후 사친회, 1960년대 기성회, 1970~1980년대 육성회의 바통을 이어받은 학운위가 교육비리의 통로가 된다는 고발도 적잖은 상황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부모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학운위 활동에 참여하도록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학운위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16일 발표했다.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시도 조례, 행정지침 등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 새 학기부터 일선학교에 적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돈 한푼 안들게" = 학부모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학운위 활동을 하는 데 수당을 받기는커녕 돈을 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게 교과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렇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학운위 자체 운영비는 물론 학교의 각종 행사 때마다 학운위원들에게 손을 벌리는 게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관행이었다.
이에 교과부는 학운위원들에게 부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행위에 대해 상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시도별 교육비리신고센터 등을 통해 불법찬조금 모금 사례를 신고받는 한편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학교 관계자를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또 학부모 40~50%, 교사 30~40%, 지역위원 10~30%가 참여하는 학운위의 심의 안건을 회의 전후 일반 학부모들에게 공개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했다.
특히 현장학습비, 수련활동비, 급식비, 방과후학교 활동비, 졸업앨범비 등 경비 부담이 발생하는 사안은 안건 심의 전 일반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토록 했다.
개인 이권을 위해 학운위에 참여하는 학부모는 자격을 상실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한다.
◇학생과도 소통 = 개선안은 학운위에 학생들의 제안이 반영되도록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학생대표가 의견을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 참여는 학생생활에 관련된 안건에만 국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학생이 아예 학운위의 정식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최근 박보환(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개선안은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가 학운위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의를 주말과 일과후에 개최하는 방안도 권장한다. 그동안 학운위 회의는 98.3%가 평일 주간에 열리고 주말을 이용하는 경우는 0.3%에 불과했다.
이밖에 학운위에 예결산, 교육과정, 방과후학교 등 안건별 소위원회를 둬 심층적인 심의가 이뤄지도록 활성화하고, 학운위원 연수를 강화하는 한편 시도 교육청별로 학운위 컨설팅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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